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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이만나는것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이유_내 마음의 확인/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유미의 세포.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스쳐지나간건가 뒤돌아보지만 그냥 사람들만 보이는거야

다와가는 집근처에서 괜히 핸드폰만 만지는거야
한번 연락해 볼까 용기내 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아쉬운 거야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 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지나치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만 보이는거야
스쳐지나간건가 뒤 돌아보지만 그냥 내 마음만 바빠진거야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 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어떤 계절이 너를 우연히라도 너를 마주치게 할까
난 이대로 아쉬워하다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기다리면서 아무말 못하고 그리워만 할까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바라만 보던 너를 생각한다고 말할까
지금 집앞에 기다리고 때론 지나치고 다시 기다리는
꽃이 피는 거리에 보고파라 이밤에

걷다가 보면 항상 이렇게 너를 아쉬워 하다 너를 기다린다고 말할까
지금 집앞에 계속 이렇게 너를 아쉬워 하다 너를 연락했다 할까


[일요일 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 그 사람이 사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연락해서 만나지 않더라도, 이상하게 그 곳에 가야만 내 어쩔줄 모르는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그럼 마음이 더 커지거나 마음을 정리하는 계기가 된다.

  나에게 관심이 크지 않구나라는 생각에 사그러든 그 사람과의 연락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서도 종종 나의 일상 중 떠올랐다. 몇번 만난 적은 없지만 그 사람을 처음 만났던 곳, 그 날의 그 사람. 같이 갔던 식당과 그날의 내 모습. 지하철을 타고 함께 출근하던 날.  특히, 그가 사는 동네, 지하철 역은 그냥 그 사람의 이름으로 보였다.

  매일 만보를 채우자는 작고도 큰 목표를 세운 후, 산책을 나섰다. 무슨 바람인지는 몰라도 짧은 단발머리가 하고 싶어 급히 미용실 예약을 하고, 올리브영에 들려 테스트 제품들로 화장을 하고 산책을 한다. 마음껏 꾸몄다. 근데 이날의 내 마음은 이상하게 그가 사는 동네를 향해 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한 것도 벌써 그 동네에 갈 것이라고 마음 속으로는 확정지었던 걸까.

  내 집에서 그의 집까지는 멀진 않지만 절대 걸어가기 쉬운 거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를 떠올린 이상 그 쪽으로 걸어야만 했다. 지하철 2개역 정도의 거리를 지나고 큰 공원을 크게 돌고 있었고, 나의 손은 그의 집이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휴대폰 지도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 절대 걸어갈 수 없다. 머리 속의 내 바람으로는 산책하듯 걸어갔다가 야근마치고 돌아오는 그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고..그러나 보고는 싶고. 마을 버스를 타고 그 사람 집앞으로 갔다. 이렇게 마침 조금 떨어진 곳에 그의 집으로 바로 직행하는 버스가 있다는 건 꼭 가라는 시그널이 아닐까.

 그 없이 혼자 가본 그의 집 앞은 어색했다. 함께 갔었던 편의점이 보였고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셨던 편의점 사장님이 계실까 슬며시 쳐다보게도 되었다. (남자가 잘생겼으니 나보고 잘하라던.....네...제가 잘했어야 했는데.. 못해서 이렇게 그리워하고 여기까지 다시 찾아왔네요..)

 집앞을 몇번이고 서성였다. 스토커같이 느껴져서 내가 싫어졌다. 살짝 멀찍이 떨어져 자리에 앉았다. 용기를 내어보자고 주문을 걸며 그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을 하고. 전화를 해서 뭐라고 할까 대본이라도 좀 써올 걸 했다는 작은 후회도 하고. 그러다 될대로 대라, 망하면 망하는대로 어색한대로 이어나가자는 마음으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신호가 울린다. 겁이 났다. 신호가 10번 울리면 전화를 끊어버리자!라고 생각하고 10번이 지나버려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 하는 마음에 5번을 겨우 꾸욱 참아 견뎌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와우~!' 홀가분한 탄성을 내지르며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잘했어, 잘했다!!라며 스스로 칭찬하며 지하철역으로 향해 씩씩하게 걸었다. 정말 세상 속 시원한 이런 감정을 얼마만에 느껴보는 건지. 오히려 이렇게 내 마음에 마침표를 내릴 수 있어 편했다. 근데 다시 울리는 내 휴대폰 화면엔 그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홀가분했던 마음은 채 3분도 가지 않아 다시 조마조마해지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는 내 목소리를 듣고는 고맙게도 먼저 대화를 끌어주었다. 잘지냈냐고, 그동안 연락을 못했네요, 뭐하는 중이었는지.... 바보같은 나는 공기반 소리반의 웃음과 말 소리를 섞으며 대답을 해나갔다. 정신이 없었다. 그리곤 부끄러웠지만 얘기했다. -사실 집 근처인데 불편하지 않다면 잠시 볼 수 있냐고, 부담스럽죠-하며 혼자 횡설수설. 

처음 연락이 끊기고 4달만에 다시 만났던 우리는 다시 연락이 끊긴 후 1달만에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 정도면 정리해야 할 사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그걸 이겨내고 이렇게 연락했으니 반대로 끝내지 않아야 할 이유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의 집을 향해 걸으면서 그에 대한 생각과 그리움이 짙어졌었다. 그 때 장범준 노래를 들었을 텐데.. 그땐 너무 떨려서였는지 그의 가사가 내 상황이라는 것 조차 깨닫지 못했다가 그 다음날, 다시 노래를 들으며 어제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저 노래가 내 마음인 걸.

노래와 영화, 드라마, 책 들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거나 나의 마음 상태를 깨닫게 해주는 존재들이다. 이번엔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이 노래가, 그리고 그를 자꾸 떠올리게 하는 웹툰 '유미의 세포'까지. 내 마음을 알아차리게 하는 두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