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노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이 노래를 재미 붙여 보게 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로 다시 듣게 되면서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렸을 때라면 전혀 공감하지 못했을 가사. 어렸을 때에는 외모, 큰 키가 중요했고 성격이 잘 맞았으면 좋겠다는 두리뭉실한 기준이 있었다. 성격이 맞는다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가사를 곱씹어 들으면서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가사에서 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사에서는 굉장히 간단하고 빠르게 지나갔지만 기본적으로 성숙한 사람, 성숙한 연애를 말하고 있었다. '때로는 물처럼, 때로는 불처럼'이라는 가사와 같이 이성과 감성이 잘 조화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물은 이성을 표현한다. 조금은 차갑지만 자기의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 자신의 일을 잘 해내가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성실함이 여기서 나온다고 본다. 그리고 불은 사랑에 대한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이성만 가지고 어떻게 사랑이 가능할까. 물과 불, 이성과 감성 사이의 균형감을 잘 갖춘 사람이 매력 있다. 상대에게 진심으로 대하며, 가끔은 자신을 상대방에게 맞추고 희생할 줄 아는 태도는 성숙한 사람에게서만 나오며, 이 성숙함은 가볍지 않은 진짜 사랑을 가능하게 한다.
같은 의미로 '만남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한 번을 만나더라도 그때 분위기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가사가 들렸다. 어렸을 때 들었다면 공감하지 못했을 거다. (-나는 자주 만나는 게 좋은데?, 사랑이 부족하니까 보는 횟수가 적은 거 아냐?) 나이를 들면서 느끼는 건,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이 세상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를 잘 챙기는 것이 1번이더라. 내가 잘 지내야 상대방을 더 잘 챙길 수 있다. 물론 바쁘더라도 상대방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게 오래가는 성숙한 연애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땐 이 세상에 사랑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냥 real 현실이다.
또한, '실연에 울었었던', '과거가 없는 사람은 부담스러워'라는 가사를 들으면서는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떠올랐다. 상대방의 과거 상처를 부담스러워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같은 아픈 상처, 기억을 가진 사람이 상대를 더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픈 경험을 가져본 사람은 알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마음 편히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이 세상을 좀 더 힘을 내며 살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된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혹, 의지한다는 것을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오해를 받아보기도 했고 그런 이야기들을 주변에서 들어보았다. 근데 되묻고 싶다. 당신은 그렇게 혼자 잘 살 수 있냐고, 그렇다면 그냥 평생 혼자 살라고. 우리는 상처를 통해 성장하고 서로 의지해가며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
가사를 되짚어 보니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내 삶 하나 제대로 꾸려가기 어려운데 사람한테 배신당하고 상처 받을 일은 왜 자꾸만 생겨나는지. 그럼에도 한 가닥의 희망을 갖고 나의 그 사람을 찾고 있다. 사랑이 전부이던 세상에서 현실에 치여가며, 그렇게 서로를 다독여 줄 수 있는 성숙한 연인이 필요해졌다.
이 노래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마지막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서 왜 '옛사람을 그리워하는 걸까'라는 가사를 여운을 남기며 두 번이나 곱씹었는지. 새로운 사람보다 옛사람이 그리운 게 더 팩트가 되는 것 같다. 왜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다시 그리워하게끔 하는지. 가수 조이의 맑은 목소리와 밝은 반주와 무관하게도 내 마음은 착잡해진다. 작사가를 찾아가서 마지막 줄을 고쳐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고쳐보려 했는데 내 머리로는 안된다. 밝은 노래를 밝게만 들을 수 있는 마음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이 문제겠지?
[가사]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때로는 물처럼 때로는 불처럼
진심으로 나만을 사랑할 수 있는
성숙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면 좋겠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사랑에도 연습은 있는 거기에
아주 조그만 일에도 신경을 써주는
사랑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좋겠어
한 번쯤은 실연에 울었었던
눈이 고운 사람 품에 안겨서
뜨겁게 위로받고 싶어
혼자임에 지쳤던 내 모든 걸
손이 고운 사람에게 맡긴 채
외로움을 잊을 수 있다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만남 그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한 번을 만나더라도 그때 분위기에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이라면 좋겠어
나에겐 아픈 상처가 있는데
과거가 없는 사람은 부담스러워
한 번쯤은 실연에 울었었던
눈이 고운 사람 품에 안겨서
뜨겁게 위로받고 싶어
혼자임에 지쳤던 내 모든 걸
손이 고운 사람에게 맡긴 채
외로움을 잊을 수 있다면
겨울이라 날씨가 추웠을까
팔짱 끼는 연인들의 모습에
나의 눈이 왜 시려울까
한땐 나도 저런 때 있었다며
새로운 사람이 그리운 걸까
옛사람이 그리워진 걸까
옛사람이 그리워진 걸까
아티스트 조이, 장르 OST, 작사 김희탐, 작곡 정재형, 편곡 룬디 블루스